독립접지 아닌 ‘공통접지’ 방식 적용해야


여름철 낙뢰발생이 증가하면서 낙뢰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효과적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낙뢰피해의 근본적 원인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바탕으로, 적재적소에 낙뢰방지시설을 설치해야만 낙뢰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데 전문가들의 견해가 일치하고 있다.

지난 6월 기상청에서 발간한 ‘2009년 낙뢰연보’에 따르면 작년 우리나라에서는 약 67만 여회의 낙뢰가 발생했으며, 이 중 6∼8월 3개월간 발생한 낙뢰는 약 51만회로 전체의 76.6%를 차지했다.

이처럼 여름철에 자주 발생하는 낙뢰는 전자통신장비의 안정적 운영에 문제를 일으키고 사람이나 가축에게도 치명적 피해를 입힐 수 있어 낙뢰피해를 막기 위한 설비를 갖추는 게 필수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낙뢰방호기술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부족해 낙뢰를 효과적으로 차단하지 못하고 되레 피해를 키우고 있는 실정이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게 피뢰침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다.
대다수 일반인은 물론, 상당수의 전자통신·전력설비 운영담당자조차도 피뢰침을 설치하면 낙뢰피해를 전혀 입지 않는다고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피뢰침은 낙뢰를 피하게 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낙뢰를 끌어당기는 역할을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요컨대 피뢰침으로 낙뢰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던 것이 오히려 낙뢰피해를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실제로 한국산업규격(KS C IEC 62305)에서는 피뢰침을 낙뢰를 맞기 위한 장비로 정의하고 있다. 아울러 피뢰설비란 건축물의 물리적 파손과 사람 또는 가축의 상해를 방지할 목적으로 설치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대부분의 국가와 국제기술규격에서는 과대광고를 하고 있는 피뢰침이 실제로 특별한 기능이나 성능을 갖고 있다고 인정하지 않는다.

특히 국제 학술단체인 ICLP(International Conference on Lightning Protection)는 낙뢰를 유도하고나 몰아낼 수 있다는 피뢰침의 과대광고에 대해 경고를 보내고 있다.

한국전기연구원(KERI)의 시험결과에서도 일반 피뢰침과 비재래식 피뢰침(ESE, DAS)은 기능상 아무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비춰볼 때 피뢰침은 직격 낙뢰(직격뢰)를 맞을 우려가 있는 장소에 설치해야만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피뢰침을 본래의 용도에 맞지 않게, 잘못된 곳에 설치해 낙뢰 피해를 키우는 경우가 많다.

특히 △산이나 다리 밑 △피뢰가공지선 하부 △송전선과 전봇대 아래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산 아래 계곡 등은 직격뢰를 맞기 불가능한데, 이 곳에 위치한 전자통신시설과 건물 등에 피뢰침을 설치함으로써 낙뢰 피해를 효과적으로 차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낙뢰방지 접지시설 전문업체인 (주)그라운드의 서성혁 이사는 “전자통신설비의 경우 피뢰침과 접지를 통해 땅으로 흘러 들어간 낙뢰전류가 역류해 오히려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며 “전자통신장비에 대한 낙뢰 피해의 원천적 원인이 무엇인지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서 이사는 “낙뢰가 올 수도 없고 오지도 않을 장소에 피뢰침이 무분별하게 설치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산 밑의 시설물에는 절대로 직격뢰가 갈 수 없으며 유도뢰는 수 km 떨어진 전자통신장비까지 피해를 입힌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라운드에 따르면 낙뢰 피해의 직접적·원천적 원인은 피뢰침으로 해결할 수 없는 △접지(중성선)를 통한 이상전압의 유입 △통신선로를 통한 유도뢰의 유입 △장비별 독립접지로 인한 피해 등이 꼽히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Y 결선’의 전력공급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공통접지방식이 적합한데도, ‘델타(Δ) 결선’ 방식을 따르는 일본의 ‘독립접지방식’을 적용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다 일선 현장의 기술자들이 공통접지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독립접지를 공통접지라고 우기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