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를 바른 알루미늄(CCA)으로 불량전선을 제조하고 이를 이용해 멀티탭, 케이블릴 등 전기안전용품을 대량으로 생산해 산업현장과 일반가정에 유통한 전선업체 대표 등이 경찰에 적발됐다.

경기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불량전선 생산업자 김 모씨 등 3명에 대해 전기용품안전관리법위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4일 밝혔다.

또한 불량전선인 사실을 알면서도 소비자에게 유통한 서 모씨 등 중간유통상 40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G전선 대표 김 모씨 등 3명은 전선 생산단가를 낮추기 위해 재료비가 낮은 알루미늄에 구리를 도포한 CCA를 이용해 불량전선을 제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일부 제품의 경우 안전인증 규격에서 제외된 총 110억 상당의 전선을 생산해 2012년 2월경부터 올해 5월경까지 판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행위는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지정한 시험인증기관의 안전인증을 취득한 후 전선 및 전기용품을 생산해야 하는 규정에 어긋난다.

특히 이번에 경찰에 적발된 전선대표 등은 관계기관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공장이 밀집한 지역이나 외진 곳에서 간판을 달지 않고 작업을 했다. 더욱이 주로 심야시간에 제품을 생산하는 방법으로 주위의 이목에서 벗어났다.

이 뿐만 아니라 불법전선으로 인한 화재발생 등 보상문제를 겪지 않고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유령업체의 이름을 기재하거나 폐업한 업체의 상호를 이용하는 등의 치밀함을 보였다.

또한 중간유통상 등은 안전인증을 받지 않은 불법제품임을 알면서도 영업이익을 많이 남기기 위해 단가가 저렴한 불법전선을 사들여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로부터 판매된 전선은 캠핑장에서 전등 연결선으로 사용되거나 건설현장 및 공장, 가정 등에 광범위하게 공급됐다.

한편, 공인시험인증기관에서는 전선이용제품에 CCA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CCA가 구리보다 도체저항이 높아 전류의 흐름을 방해함으로써 전류에 손실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또한 과부하 등이 일어났을 때 열 발생률이 높아 누전이나 합선 등의 화재사고로 이어질 가능이 높다는 점도 CCA 사용을 금지하는 이유다.

경찰에서는 이번에 단속된 불법전선 제품 중 CCA를 이용한 케이블릴, 멀티탭 등이 상당수 있음을 확인하고 이를 소비자원에 통보했다. 이로써 여름철 냉방기구 등에 인증없는 불량 전기용품 사용으로 인한 국민들의 피해가 발생치 않도록 조치했다.

한편 이번에 적발된 대부분의 업체들은 불량전선을 생산한 혐의로 벌금처분 등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었다. 그렇지만 불량품 생산 및 유통으로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불법행위를 계속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공인시험인증기관 등에서는 시중에 판매되는 전선을 수거한 뒤 안전인증 규격에 맞지 않을 경우 수사기관에 고발하는 식으로 불량전선에 대한 단속을 실시해 왔다. 하지만 이 같은 방식은 단속효과가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경찰은 이번 수사에서 제조공장을 기습적으로 압수수색 해 생산 중에 있는 현장을 직접 적발하고 판매장부를 확보했다.

이를 통해 불법을 조장하는 중간유통망까지 발본색원하는 성과를 거뒀다. 아울러 이미 생산해 놓은 불량전선을 압류하고 이에 대한 내용을 행정기관에 통보하는 등 불법전선 유통을 효과적으로 차단했다.

경기경찰청은 연간 5조원 규모로 유통되는 전선업계에서 불법업체 난립으로 정상적인 생산· 영업을 하는 업체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지속적이고 강력한 단속을 실시할 방침이다.

◆CCA = Copper Clad Alumium의 약어로 구리를 도포한 알루미늄을 뜻한다. 기술표준원고시제2008-985호에 따르면 CCA는 도체 재료로 규정돼 있지 않다.